행동을 쓰자
앞으로의 내 글쓰기를 새롭게 정의해보려 한다.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내가 실제로 행동한 것들을 글로 쓰는 것이다.
지금까지 1년 넘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글을 써보았다. 처음에는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는 글’을 주로 써왔고 어느 시점부터는 프로젝트나 주간 회고, 내 생각을 정리한 사색 글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이제는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되었다. 퀄리티 높은 다른 수많은 글들 사이에서 내 글을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ChatGPT의 등장
최근 ChatGPT 의 등장으로 느슨해진 기술 블로그 씬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이제는 모르는 게 생기면 구글링보다 ChatGPT에게 먼저 물어본다. ChatGPT 가 항상 정답을 내놓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구글링보다 검색 속도, 답변 퀄리티에서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개발자들의 사랑을 받는 듯하다.
ChatGPT와 같은 AI 챗봇은 정보 검색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미 몇몇 사람들은 ChatGPT를 이용해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어느 한 유튜버는 '2분 만에 블로그 글 수십 개를 자동생성하는 방법'을 영상으로 올리기도 했는데 블로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가히 위협적이다.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내 글의 정보나 퀄리티는 결코 AI 챗봇보다 나을 수 없으며, 생산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는 직접 글을 쓰는 게 아니라 AI 챗봇에게 "글 써줘~", "블로그에 올려줘~"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글쓰기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쓰려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다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는 무엇을 얻고자 글을 쓰는가?' 이 물음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아야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본 나는, 스스로 다음과 같은 욕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기술 그 자체를 습득하기보다는 기술 너머, 개발이 내 삶과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고 싶다. 예를 들어 내가 사용하는 이 기술이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기술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혹은 개발자가 기술 외에도 '무엇을 추구할 수 있는지', 개발이라는 직무를 통해 나는 '어떤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지금 내가 내릴 수 있는 답은 ‘내 행동을 쓰는 것’이다. 개발자로서 내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행동을 통해 내가 무엇을 느끼고 경험했는지를 내 욕구와 연결해보려 한다.
우리 개개인은 저마다 고유의 삶과 양식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행동이 담긴 글은 다른 사람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글이 아니다. '그 시대', '그 사회', 본인의 '그 행동과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오직 나만의 콘텐츠다.
내 식대로 정의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행동을 쓴다’고 표현했지만, 실은 기존에도 많이들 작성하는 방식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회고가 있다. 혹은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특정 경험에 대한 후기 등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나는 앞으로 이런 주제의 글들에 내 관점을 덧붙여 풀어볼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글들이 나올 수도 있겠다.
‘카테고리를 수집하려다 슬랙봇까지 개발한 이야기’
‘어느 주니어 개발자의 코드리뷰 이야기’
‘객체지향적으로 삶의 목표 세워보기’
‘애자일하게 웹툰 제작하기’
…
등등
결론
내가 정보전달 글을 쓰지 않겠다거나 그런 글들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글쓰기는 경쟁이 아닐뿐더러 외부 평가와는 별개로 글을 쓰는 이에게 많은 이점들이 있다. 나 또한 앞으로도 정보전달 글을 쓸 것이고 내 생각만 담긴 글도 쓸 것이다. 다만 나의 욕구에 따라 가장 선호하는 글은 '행동 쓰기'가 될 것이다.
나는 현재의 내 ‘상태’ 보다 내 ‘행동’이 나를 더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었을 때, 내가 가진 '지식'보다는 나라는 '사람'을 읽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행동 쓰기'가 이런 나의 소망을 실현시켜줄거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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