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기획서를 다 쓰고 나서 이틀 만에 그 기획서와 다르게 만들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기획서에는 메모의 좌표를 UMAP이라는 방법으로 계산한다고 적어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만들다 보니 다른 방법으로 바꿨습니다.
이런 일이 그 뒤로도 계속 반복됐습니다.
첫 번째 : 좌표 계산 방법을 통째로 바꿨습니다
UMAP은 숫자가 잔뜩 든 벡터를 화면에 찍을 수 있는 좌표 몇 개로 줄여주는 방법입니다. 메모 하나를 숫자 여러 개로 바꿔둔 다음, 그 숫자들을 UMAP에 넣으면 3차원 좌표가 나옵니다.
문제는 메모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이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면 기존 메모들의 좌표까지 전부 바뀝니다. 화면에 떠 있던 점들이 새 메모 하나 때문에 전부 자리를 옮기는 셈입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바꿨습니다. 새 메모는 내용이 비슷한 기존 메모 근처에 놓고, 그 자리에서 서로 밀고 당기며 조금씩만 움직이게 했습니다. 기존 메모는 원래 자리를 거의 유지하고, 새 메모만 자기 자리를 찾아갑니다.

왼쪽은 메모 하나가 늘 때마다 전부 다시 계산하는 방식, 오른쪽은 새 메모만 자리를 잡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 : 에디터를 통째로 바꿨습니다
기획서에는 마크다운으로 쓰고 버튼을 눌러야 결과물을 보는 방식으로 적어뒀습니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노션처럼, #을 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제목으로 바뀌는 방식이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과물만 보여주는 라이브러리 대신, 입력과 결과가 같은 화면에서 즉시 바뀌는 에디터로 바꿨습니다.
계획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두 경우 다 기획할 때는 몰랐던 사실이 만들면서 드러났습니다. UMAP의 재계산 문제는 실제로 메모 몇 개를 놓고 움직여봐야 보였고, 에디터도 직접 타이핑해봐야 어느 쪽이 편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획서를 다시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기획 대비 변경 사항"이라는 항목을 따로 만들어서, 무엇을 왜 바꿨는지 그 자리에 적어뒀습니다.
제가 배운 것
기획서는 처음 정한 답이 아니라 그때까지 아는 것으로 세운 최선의 추측이었습니다. 만들면서 알게 된 사실이 그 추측보다 낫다면, 기획서 쪽을 고치는 게 맞았습니다.
혼자 뭔가를 기획하고 계신다면, 기획서를 한 번 정하면 끝나는 문서로 두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바뀐 이유를 그 자리에 적어두면, 나중에 왜 그렇게 했는지 스스로에게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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