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다 보니, 글쓰기와 개발이 본질적으로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창작론 파트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1인 개발자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제 생각을 간략히 남겨보겠습니다.
1. 즐거움이 없다면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
스티븐 킹은 "좋아한다면 날마다 4~6시간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문장이 크게 공감이 갔는데요. 지금 하고 있는 개발이 재미있고 즐겁다면 평일 주말 상관없이 틈만나면 개발을 하게 됩니다.
1인 개발자라면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고객에게 제품을 선보이는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제품의 성과나 매출같은 결과는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시기와 보상이 정해져있지 않음)이기 때문에,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없다면 일을 지속하기가 어렵죠.
만약 일을 즐길 수 없다면 일을 즐길 수 있도록 자기만의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1인 개발자는 일에 대한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자신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떤 회사에서도 얻을 수 없는 자기만의 재밌는 일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2. 나는 하루에 열 페이지씩 쓰는 것을 좋아한다.
작가들마다 스타일이 각양각색이라고는 하지만 대체로 생산성이 높은 작가분들은 하루 목표량과 규칙적인 루틴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티븐 킹 또한 "나는 하루에 열 페이지씩 쓰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말합니다.
1인 개발자에게도 규칙적인 루틴이 중요합니다. 매일 꾸준히 개발을 하며 점진적으로 결과물과 경험을 축적해나가지 않는다면, 제품 출시는 기약 없이 늘어지고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되죠. (저의 경험 입니다...) 그래서 저는 얼마 전부터 기술 블로그에 매일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날그날 작업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설명하는 글로 바꾸어 올리고 있죠.
매일 개발 과정을 정리하고 글로 써서 올리는 것은 여간 귀찮은 게 아닙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니 '이 시간에 개발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매일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의 글이 일종의 '완료'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내가 매일매일 무언가를 '완료'하고 있다고 제 자신과 세상에 공표하는 것입니다. 매일 글쓰기는 내가 한 작업을 다시 돌아보게 해 주고 다음 작업에 대해 숙고해 볼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무지성, 관성으로 하는 개발이 아닌 복기하고 고민하며 개발하는 습관이 생깁니다. 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완료'한다는 느낌은 조급함과 두려움을 줄여주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져다 줍니다.
3. 무엇에 대해 쓸 것이냐? 진실만을 말하라.
여기서 말하는 진실은 작가가 본 것에 대하여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작가가 '사랑은 그저 호르몬의 장난'이라고 생각하는데, 작품에서는 '사랑은 위대하고 어떤 가치보다 절대적이다'라고 강조하는 것은 진실한 글쓰기가 아닌 것입니다.
제품 개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저는 모닝페이지(아침에 일어나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 활동) 앱을 개발하다가 포기했습니다. 제가 모닝페이지 앱을 개발하려 했던 동기는 '기존에 노트에 수기로 적던 과정을 디지털로 옮겨 더 쉽게 적을 수 있도록 하자'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진실한 개발이 아니었습니다. 저 자신조차도 모닝페이지는 수기로 적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진실한 글을 쓴다면, 개발자는 진실한 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에게 주는 가치가 정말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이는지, 우리 사회를 더 풍요롭게 하는지, 내가 정말 그것을 믿고 자랑스럽게 권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 이것이 제 자신과 제가 속한 공동체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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