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후기
지난 5월 19일에 있었던 [글또 8기 - 백엔드 반상회] 발표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나는 70여명의 개발자 앞에서 '내가 커뮤니티로 성장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아래는 당시 발표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글또 백엔드 반상회에 대한 설명과 자료는 해당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만든 발표 자료 또한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나도 발표를 할 수 있을까?
비전공자로서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 때, 언젠가 나도 다른 개발자들 앞에서 발표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 당시에는 발표를 한다는 것이 '뛰어난 개발자'의 징표처럼 여겨졌다. 이렇듯 나는 발표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갖고 있었다.
발표에 대한 욕구가 가장 강하게 일었던 때는 작년 '글또콘'이었다. 당시 성윤 님, 학건 님, 현구 님, 신해나라 님, 네 분의 발표를 들으면서 나도 저분들처럼 발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으면 해야지!
발표에 대한 욕구는 있었지만 사실 깊게 생각하진 않았다. '상황이 되면 하고 안되면 말지 뭐~'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발표를 목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 생각도 없었다. 원래 하던 것처럼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에 집중했다.
또봇 또한 그러한 프로젝트 중에 하나였다.(*참고. 또봇은 글또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글 제출 슬랙 봇이다) 발표 때 자세히 언급했지만 글또 7기의 불편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개선하고자 만든 것이 또봇이다. 글또 8기에 또봇을 도입한 후, 어느날 성윤 님께서 또봇을 주제로 발표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성윤 님의 제안을 듣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난 아직 발표를 하기에 부족한데?'였다. 나는 이제 갓 1년을 넘긴 주니어 개발자였기에 다른 개발자들 앞에서 발표를 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좀 더 개발을 잘하고, 발표도 더 잘하게 되면 그때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자신도 없고 두렵지만 뭐 어떡하겠어, 내가 하고 싶으면 해야지!'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과 감정을 나와 분리하고 내 욕망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나는 정말 발표를 하고 싶은가?', '내 발표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물음에 나는 'yes' 라고 답했고 곧장 성윤 님께 발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호기롭게 발표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사실 머릿속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발표 몇 주 전부터는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찡찡대며 걱정을 토로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죄송할 따름이다…ㅎㅎ
리허설 발표 💦
발표 일주일 전에는 리허설 발표가 있었다. 리허설 발표는 성윤 님과 발표자들, 준비위원회 분들이 모여 발표의 방향성과 내용을 사전에 점검하는 자리였다. 나는 발표 준비를 미루고 미루다가 리허설 하루 전에서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불안했던 듯..)
내가 정한 주제는 '내가 커뮤니티로 성장하는 방법 with 또봇' 이었다. 내가 또봇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은 것, 그리고 청중은 커뮤니티 안에서 어떤 액션을 할 수 있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이에 대한 내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렇게 리허설 발표를 시작했다.
8분 만에 끝?
리허설 발표 후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내 발표가 8분 만에 끝났다는 거다. 개인적으로 긴 발표는 선호하지 않기에 내 발표에도 핵심내용만 담고자 했다. 그 결과 내 발표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우 스피디한 발표가 되어있었다.
실제 리허설 발표를 들어주셨던 분들도 ‘발표가 빠르다’, ‘편안하게 말하면 좋겠다’, ‘내용 읽을 시간을 확보하면 좋겠다’, 등의 피드백을 주셨다. 다른 분들이 남겨주신 피드백을 쭉 읽어보고 내 발표를 돌아보니 핵심만 담았다고 생각했던 내 발표가 되려 속 빈 강정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리허설 안 했으면 큰일 났겠군…;;'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나는 받은 피드백을 통해 내 발표의 좋은 부분은 더 강조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자 했다.
첫 번째로 자기소개 부분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내 가치관만 짧게 소개했는데, 가치관뿐만 아니라 내가 하는 일과 회사 소개, 내가 참여하고 있는 외부 활동 내용을 추가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알려줄수록 청중도 내 말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발표에도 몰입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두 번째로 또봇에 대한 설명과 이미지를 추가했다. 처음 발표자료를 만들 때에는 기술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적게 하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발표의 핵심 스토리는 결국 또봇이었다. 또봇에 대한 내용이 적다보니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또봇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어떤 기술적 문제가 있었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 또한 청중은 모두 개발자이니 오히려 기술적인 이야기가 관심을 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발표가 끝난 후 받은 질문들 대부분은 기술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세 번째로 스토리텔링과 메시지를 강화했다. 좀 더 청중에게 공감과 주목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재밌는 짤을 추가하고, 핵심 메시지는 텍스트를 추가해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나는 발표자료를 만들 때 텍스트보다는 이미지로 설명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발표를 듣지 않고 PPT만 보면 발표내용을 거의 이해할 수가 없다. 때문에 핵심 메시지만큼은 청중이 인지하기 쉽도록 텍스트를 추가했다.
이러한 수정 과정을 통해 내 PPT는 기존 60페이지에서 90페이지로 1.5배 늘어났다. 발표 전에 한 번 더 리뷰를 받고자 했지만 피드백을 반영하고 수정을 거치는 과정은 발표 직전까지도 계속 이어졌기에,, 다시 리뷰를 요청할 시간이 없었다.
발표 당일에는 휴가를 쓰고 아침부터 출발 전까지 발표 연습을 했다. 나중에는 대본 없이도 슬라이드만 보면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고 그렇게 백엔드 반상회가 열리는 채널톡으로 향했다!
리얼 발표 🤯
채널톡에 도착하고 발표하기 전까지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기는 처음이었고, 특히나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는 사실에 많이 떨렸다.
반상회에서는 총 세 개의 발표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채널톡 개발자분의 SQS 도입기였다. 이 발표를 들으면서 순간 '내가 주제를 잘못 잡았나?', '나도 기술적인 내용을 다루었어야 했나?'라는 걱정이 들었다… ‘아몰랑~ 나는 내 길을 간다!’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다음 순서인 내 발표에 집중했다.
일주일 내내 발표를 연습해서인지 막상 발표를 할 때에는 떨지 않고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다할 수 있었다! 과거 경험상 목소리가 갈라지고 다리도 후들거릴 만도 했는데 다행히 그런 것도 없었다. 😆
특히 불을 끄고 어두운 상태에서 발표를 한 것이 긴장을 푸는데 도움이 되었다. 발표를 하면서 청중의 표정이나 분위기를 살피곤 하는데, 공간이 어두워서 청중이 잘 보이지 않았고 덕분에 내가 하는 말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결국 발표가 끝났다! 나는 머릿속이 하얘진 채로 다음 발표자인 상오님께 바통을 터치하고 재빠르게 어둠 속으로 숨었다!ㅎㅎ
발표 전에는 긴장해서인지 입맛이 없었는데 발표가 끝나니 허기가 졌다. 밖에 남아있던 피자를 우걱우걱 먹으며 상오님의 발표를 들었다. 그러다 문득 작년 글또콘이 떠올랐다. 처음 발표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감사합니다 🙏🏼
나는 원하는 것을 이루었다. 다른 개발자들 앞에서 내 생각과 경험을,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전했으니까! 그런데 사실, 이룬 것이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혼자가 아닌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작년에는 대부분 혼자 활동했다. 혼자 콘퍼런스를 가고, 혼자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혼자 글을 썼다. 지금은 달라졌다. 함께 콘퍼런스를 가고, 함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함께 모여 글을 쓴다!
이번 발표 또한 함께였기에 할 수 있었다. 백엔드 반상회 준비위원회 분들, 날카로운 피드백을 주신 성윤 님, 함께 발표한 상오 님, 내 찡찡거림을 군말 없이 받아준 북또 친구들, 그리고 또봇을 사용해 주시는 336명의 글또 8기 모두가 나와 함께해주었다. 이 글을 통하여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다음 목표
내가 발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운이었다. 동기인 박정현 님 소개로 글또를 신청했고, 같이 독서모임을 한 정희 님의 영업?으로 운영진을 지원했다. 종윤 님의 대나무 숲을 보며 슬랙 봇을 알게 되었고, 지환 님과 성윤 님의 피드백을 통해 또봇을 만들 수 있었다. 또봇을 만들었기에 나만의 이야기가 생겼고, 덕분에 발표의 기회까지 잡을 수 있었다!
다음에 또 발표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거라는 거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이 두 물음에 'yes' 라고 답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내 다음 목표다.
ps.
반상회 참석자분들께서 후기로 좋은 내용을 많이 적어주셨다. 살면서 이렇게 강력하고 압도적인? 칭찬은 처음이다ㅎㅎ 여러분의 후기는 꼭 무덤까지 들고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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