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를 쓰면서 자료를 다시 뒤져봤습니다. "왜 3D로 만들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정작 만들기 시작한 문서 어디에도 적어두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기획서를 쓸 때 3D는 이미 정해진 전제였습니다. 바로 다음 날 3D 화면을 코드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를 설명한 글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야 나왔습니다.
먼저 만들고, 나중에 이유를 붙인 셈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적어보겠습니다.
메모 앱들도 관계를 보여주려고는 했습니다
옵시디언 같은 노트 앱에는 그래프 뷰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메모끼리 관계를 선으로 이어서 화면에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화면도 결국 평면입니다. 메모가 많아지고 연결선이 늘어나면, 선끼리 겹치기 시작합니다. 어느 선이 어느 메모에서 왔는지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평면에서는 겹칠 수밖에 없는 이유
점 두 개를 잇는 선은 평면에서 한 가지 경로밖에 없습니다. 점이 늘어나면 선도 늘어나고, 좁은 평면 안에서 그 선들은 자주 서로를 가로지릅니다.
입체 공간에서는 다릅니다. 점을 앞뒤로도 놓을 수 있어서, 평면이었으면 겹쳤을 두 선이 서로 다른 위치를 지나가게 할 여지가 하나 더 생깁니다.

메모마다 위치가 다르고, 연결선도 서로 다른 방향과 깊이로 뻗어 있습니다
결과가 이유를 증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옵시디언·노션·롬 세 도구와 비교하는 표를 그때 만들어뒀습니다. 3D로 관계를 보여주는 도구는 그중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제가 다른 도구와 비교하며 붙인 이유였습니다. 3D가 실제로 메모 정리에 도움이 되는지는, 그 시점엔 저 혼자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제가 배운 것
먼저 만들고 이유를 나중에 붙이는 건 나쁜 순서가 아니었습니다. 직감이 먼저 움직이고 설명이 뒤따라오는 경우는 흔합니다.
다만 그 순서를 저 스스로 알고 있어야 했습니다. 이유가 원래부터 있었다고 착각하면, 그 이유를 검증할 필요조차 못 느끼게 됩니다.
이 판단이 맞았는지는 그 뒤에 확인했습니다. 글쓰기 커뮤니티에 화면을 올려봤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순서는 거꾸로였지만 결과는 다행히 나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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