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성장한다/사색

나는 '백색의 간달프'가 되기 위해 돈을 번다.

daco2020 2023. 5. 29. 23:34

신수정 님의 [일의 격]을 읽다 보니 이런 내용이 있었다.
 
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 (p.272)
 
 
나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미 수년 전부터 고민해왔었다.
다른 이들에게 이 질문을 했을 때 돌아온 답변은 '경제적 자유', '비굴해지지 않기 위해',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등이었다.
 
모두 훌륭한 대답이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경제적 자유란 무엇인가?
돈이 없으면 자유가 없는 것인가?
경제적 자유를 얻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굴함은 돈의 문제인가 마음가짐의 문제인가?
돈이 많으면 비굴해지지 않는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지금 당장 할 순 없는 것인가?
꼭 돈이 있어야만 하는가?
 
이처럼 다른 이들의 대답에는 또 다른 의문들이 뒤따라왔고, 결국 그들의 답은 내가 납득할만한 답이 되지 못했다.
 
 


 
 
나는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생계유지를 위해서다.
돈이 있어야 옷도 입고, 밥도 먹고, 잠도 잘 수 있는, 말그대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생계유지에 드는 돈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나는 현재 월세를 살고 있는데, 월세와 공과금, 식비, 취미에 드는 비용 모두 합쳐도 200만원이면 충분하다.
 
즉, 생계유지는 내가 월 200만원 이상의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나는 왜 '생계유지' 이상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해 나는 나만의 답을 찾았다.
그 답은 백색의 간달프가 되기 위해서이다.
 
갑자기 왠 간달프? 조금 생뚱맞게 들릴 수 있겠다.
 
혹시 [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간달프는 주인공 프로도와 아라곤 일행의 조력자로 등장한다.
항상 위기의 순간에 등장하여 주인공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곤 한다.
 
원래 간달프는 회색의 간달프였는데 발록을 쓰러뜨리고 사선을 넘으면서 결국 백색의 간달프로 각성하게 된다.
 
어린 시절 [반지의 제왕] 영화를 보며 백색의 간달프의 등장 장면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백색의 간달프는 오크들에 의해 아군이 궁지에 몰렸을 때, 로한의 기마대를 이끌고 오크들을 모두 섬멸시킨다.
 

위기의 순간에 등장한 백색의 간달프

 

용감하게 선두에 서서 돌격하는 간달프

 
 
나도 백색의 간달프가 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손을 내밀고 용감하게 도와줄 수 있는 힘.
그런 힘을 갖기 위해 돈을 벌고 싶다.
 
 


 
 
 
2년 전, 개발을 배우고 싶었는데 부트캠프를 등록할 돈이 없었다.
 
하지만 도저히 독학은 할 수 없었다.
혼자 공부하는 것은 너무 막연하고 불안해서 진도는 나가지 않고 시간만 흘렀다.
 
이런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았는데, 그날 밤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친구는 대뜸 자신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전화를 끊자마자 800만 원을 내게 송금해 주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그 친구가 빌려준 돈 덕분에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이후에 이자까지 쳐서 돈을 모두 갚았다!)
 
그때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들었다.
먼저 친구에게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빌려주는 건 가족끼리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친구는 나를 믿고 망설임 없이 빌려주었다.
 
나도 그 친구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내 대답은 no였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도 내겐 도와줄 힘, 그 자체가 없었다.
 
물론 돈으로만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돈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나는 위기에 빠졌었고 돈으로 기회를 얻었다.

내가 얻었던 그 기회를, 강렬한 감정을, 다시 타인에게 베풀며 나누고 싶다.
 
이것이 내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이유.
누구보다 용감하게 주인공을 돕는, 백색의 간달프가 되고 싶은 이유이다.